
정치는 머리로 하는 것일까, 가슴으로 하는 것일까.
청와대 인공지능(AI) 미래기획수석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부산 북구갑 후보에게 지난 며칠은 그 어떤 복잡한 AI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보다 더 진땀 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구포시장에서 상인들과 악수를 나눈 뒤 무의식적으로 손을 터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며 예상치 못한 구설에 올랐기 때문이다.
"수백 명과 처음 악수를 해보다 보니 손이 저려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이라는 그의 해명은 인간적으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평생을 연구실과 관공서의 책상 앞에서 데이터, 정책과 씨름해 온 '정치 초보'에게 전통시장의 격렬한 스킨십은 분명 낯설고 고된 육체적 경험이었을 테다.
하지만 정치판, 특히 선거라는 렌즈를 통해 유권자에게 전달되는 정치인의 행동은 그 의도와 상관없이 때론 날카로운 메시지로 치환된다. 위생을 의식해 손을 턴 것이 아니냐는 오해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시장 상인들의 고단한 손을 닦아낸 것처럼 비칠 수 있어 치명적이다. 생활 밀착형 공간인 전통시장에서는 후보자의 정책 전문성보다 표정 하나, 몸짓 하나가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초보 정치인의 후속 대처다. 하 후보는 변명 뒤로 숨지 않고 당사자를 직접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초등학생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부모님께 사과의 뜻을 전하며 "정치가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있다"고 솔직하게 자세를 낮췄다. 놀라운 것은 사과를 받은 상인의 반응이다. "괜찮다, 열심히 하라"며 오히려 격려를 보냈다고 한다. 데이터로는 계산될 수 없는, 팍팍한 삶 속에서도 온기를 잃지 않는 바닥 민심의 너른 품을 확인한 셈이다.
이번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는 다가올 6월 지방선거의 풍향계이자 여야의 확장성을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다. 하 후보가 내세우는 'AI 정책 전문가'로서의 화려한 이력은 지역 발전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유권자의 표심을 온전히 얻기 힘들다는 것을 이번 해프닝이 여실히 보여준다.
첨단 인공지능을 다루던 차가운 이성에, 유권자의 거친 손을 기꺼이 맞잡고 땀방울을 함께 닦아내는 뜨거운 감수성이 더해져야 할 때다. '손 털기 논란'으로 치른 하 후보의 뼈아픈 정치 신고식이 훌륭한 성장통으로 남아, 더 낮고 겸손한 자세로 시민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책상머리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진짜 정치를, 그는 지금 구포시장 한복판에서 배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