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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나무위키, 이대로 안전한가?"누구나 쓰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익명의 칼날에 쓰러지는 사람들

 

나무위키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신의 나무위키 문서에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버젓이 게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학력 위조, 전과 기록, 각종 비위 사실이 마치 공식 정보인 양 기술되어 있었다. A씨는 즉시 해당 내용을 수정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만에 원래 허위 내용으로 되돌아갔다. 이런 일이 수십 차례 반복됐다.

"포털에서 제 이름을 검색하면 나무위키가 가장 먼저 뜨는데, 거기 적힌 내용이 전부 사실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백과사전인가, 익명 게시판인가

나무위키는 2015년 개설된 한국어 위키 사이트다. 현재 월간 이용자 수는 수천만 명에 달하며, 포털 검색 결과 상단에 자주 노출된다. 문제는 이 거대한 플랫폼이 철저한 익명성 아래 운영된다는 점이다.

누구나 회원 가입 없이 문서를 작성하고 수정할 수 있다. 출처를 달지 않아도 되고,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도 없다. 한 번 작성된 내용은 수정 이력에 남지만, 어떤 사용자가 더 집요하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문서의 방향이 결정된다. 이른바 '편집 전쟁(Edit War)' 이다.

이 구조 속에서 허위 정보는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더 자주, 더 열심히 올리는 쪽이 이긴다. 진실보다 집요함이 우선하는 구조다.

 

"사실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핵심 문제

나무위키의 가장 큰 위험성은 공신력 있는 백과사전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정돈된 레이아웃, 목차 구성, 각주 형식은 마치 검증된 정보처럼 포장된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특정 이용자의 주관적 서술, 출처 불명의 정보, 심지어 의도적인 허위사실이 뒤섞여 있다.

연예인, 유튜버, 정치인,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피해 사례는 광범위하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사생활이 공개되고, 루머가 정설처럼 기술되며, 비하 표현이 설명이라는 이름으로 삽입된다. 피해자가 수정해도 반복적으로 되돌려지고, 결국 지쳐 포기하면 그 허위 내용이 영구적으로 남는다.

한 법률 전문가는 이렇게 지적한다.

"명예훼손의 요건은 '사실의 적시'입니다. 나무위키에 올라온 내용이 허위사실임을 입증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려 해도, 운영 주체가 해외에 있어 국내 법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구조입니다."

 

해외 서버, 국내법 무력화

나무위키의 운영사는 파라과이에 법인을 둔 'umanle S.R.L.'이다. 서버 역시 해외에 위치해 있다. 국내 피해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요청을 해도, 해외 사업자는 국내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다. 민사·형사 소송을 제기하려 해도 관할권 문제가 걸린다.

국내 포털에서 수억 건의 검색 트래픽을 끌어모으며 광고 수익을 올리는 사이트가,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서 소비되고, 한국인이 피해를 보지만, 한국 법은 닿지 않는다.


선거철이면 더 심해지는 '위키 공작'

선거 기간만 되면 특정 후보의 나무위키 문서가 집중 공격을 받는 현상이 반복된다. 조직적으로 허위 내용을 삽입하고, 피해자나 지지자가 수정하면 즉각 되돌리는 방식이다. 신속한 정정이 어렵고, 유권자들은 나무위키를 검색하고 투표장에 간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를 금지하고 있지만, 익명으로 운영되는 나무위키 편집 행위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처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전문가들은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해외 플랫폼에 대한 국내 대리인 의무 지정이다. 국내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해외 사이트는 국내 법적 대리인을 두도록 강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둘째, 포털의 책임 강화다. 나무위키를 검색 상단에 노출시키는 국내 포털 역시 허위 정보 확산의 공동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셋째, 이용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 나무위키는 검증된 백과사전이 아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익명 문서임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피해 예방의 첫걸음이다.

 

기자의 말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라고 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공신력 있는 형식으로 포장되어 수천만 명에게 전달될 때, 그 바다는 누군가에게 익사의 공간이 된다.

나무위키가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다면, 사회가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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