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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클래리티 법안, 상원 위원회 통과 — 암호화폐 제도권 편입의 역사적 분수령

 

 

클래리티 법안(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H.R.3633)은 미국 역사상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에 포괄적인 규제 체계를 마련하려는 가장 중요한 시도 중 하나다. 수년간 SEC(증권거래위원회)와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각자 다른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하며 충돌해 왔다. 이 법안의 핵심은 바로 이 관할권 혼란을 해소하는 것이다. 어떤 디지털 자산이 상품(commodity)이고 어떤 것이 증권(security)인지를 법령으로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기업들이 소송을 통해 규칙을 추측해야 하는 '집행에 의한 규제' 시대를 끝내려는 것이다.

법안은 또한 "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라는 별칭도 갖고 있으며, 연방준비은행이 개인에게 직접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2026년 5월 14일(현지시간 목요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클래리티 법안을 15 대 9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이로써 4개월간 지연되어 온 이 법안이 드디어 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표결은 대부분 당파적으로 진행됐다. 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애리조나 주의 루벤 갈레고(Ruben Gallego) 의원과 메릴랜드 주의 앤젤라 알소브룩스(Angela Alsobrooks) 의원 단 두 명만이 찬성했다.

위원회 의장인 팀 스콧(Tim Scott, 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개회사에서 "이 법안은 시대에 뒤처진 규칙을 업데이트해 혁신을 미국에 머물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금 세탁 방지 및 제재 규정을 강화하고 법 집행 기관에 더 강력한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국가 안보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

SEC와 CFTC의 관할권 명확화

디지털 자산을 증권과 상품으로 분류해 SEC와 CFTC가 각각 명확히 구분된 영역에서 규제하도록 한다. 이는 그동안 업계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해 온 사항이다.

스테이블코인 수익(yield) 문제

가장 논쟁적인 조항 중 하나는 스테이블코인 수익 지급 문제였다. 은행 업계와 암호화폐 업계가 스테이블코인 보유에 대해 수익을 지급할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고, 이번 법안에서 일정한 타협안이 마련됐다. 실제로 이 이슈 때문에 지난 1월로 예정됐던 위원회 심의가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탈중앙화 금융(DeFi) 보호

법안은 DeFi 개발자에 대한 법적 보호 조항을 유지했다. 이로써 DeFi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DeFi 서비스에 대해 재무부가 제재권을 갖도록 하는 수정안을 요구하기도 했다.

CBDC 금지 조항

연방준비은행이 개인에게 직접 CBDC를 발행하거나 통화정책 수단으로 CBDC를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쟁점과 논란

윤리 조항 — 트럼프 가문 암호화폐 이해충돌

민주당 크리스 반 홀런(Chris Van Hollen) 의원은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가 암호화폐 산업과 사업적 이해관계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발의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 가족이 World Liberty Financial 등을 통해 암호화폐 사업에 연루되어 있다며 이해충돌 방지와 투명성 제고를 위한 조항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이 윤리 조항 수정안은 위원회에서 부결됐고, 이것이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핵심 이유로 지목된다.

엘리자베스 워런의 강경 반대

강경 반대 입장의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의원은 Jeffrey Epstein이 암호화폐의 초기 후원자였다는 점을 거론하며 암호화폐 업계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수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법 집행 우려

법안은 은행, 노동조합, 법 집행 기관의 반대에도 직면해 있다. 이들은 특정 조항이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고 금융 시스템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청문회에서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아직 필요한 공감대를 찾지 못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견 해소를 위해 계속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장 반응

위원회가 오후 내내 법안을 심의하는 동안, 암호화폐 관련 주식들은 비트코인 랠리와 함께 상승했다. 코인베이스(COIN)는 규제 명확성이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를 확대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에 8% 이상 급등했다. 갤럭시 디지털(GLXY)은 6.3% 올랐고, 스트래티지(MSTR)는 7% 상승했다. 비트코인도 약 3% 오르며 81,500달러 부근의 일중 신고가를 기록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

위원회 통과가 끝이 아니다. 최종 법제화까지는 여전히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법안은 먼저 상원 농업위원회가 앞서 통과시킨 별도 버전과 통합된 후, 상원 본회의 표결을 통과해야 한다. 상원 본회의 통과에는 60표가 필요한데, 이는 공화당 다수만으로는 불가능해 최소 7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이 숫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윤리 조항의 향방에 크게 달려 있다.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지난해 하원이 먼저 통과시킨 별도 버전과의 조율을 거쳐야 하며, 이 모든 과정을 마쳐야 비로소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을 수 있다.

낙관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상원 본회의는 6월 초에 표결이 이루어지고 7월 4일 전후로 대통령 서명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상원 본회의가 여름을 거쳐 가을까지 이어지고, 실제 규정 시행은 2027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반응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와 농업위원회 의장인 프렌치 힐(French Hill), 글렌 톰슨(Glenn Thompson) 의원은 공동 성명에서 "명확하고 지속적인 규칙은 기관 및 소매 투자자 참여를 확대하고, 혁신을 지원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블록체인협회(Blockchain Association) 서머 머싱어(Summer Mersinger) CEO는 이번 투표를 "미국 리더십을 규정하는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 마크 워너(Mark Warner) 의원은 "지난 몇 달간 암호화폐 지옥에 있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법안 작업을 계속해 암호화폐 천국까지 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리하며

이번 위원회 통과는 미국 암호화폐 산업에 분명 의미 있는 이정표다. 수년간 법적 불확실성 속에서 표류하던 업계에 규제 명확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원 본회의의 60표 장벽, 윤리 조항을 둘러싼 여야 대립, 하원과의 조율 등 남은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2026년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적 변수도 커지고 있다. 클래리티 법안이 진정한 '법'이 되는 날까지, 이 긴 여정을 계속 주시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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