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하나쯤 투표 안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선거철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 한마디 앞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분명한 답을 내놓았다. 경기 고양시의원 아선거구(정발산동·풍산동·장항1·2동). 마지막 한 자리를 두고 벌어진 진검승부는 단 13표로 갈렸다.
국민의힘 손동숙 후보는 8091표(15.90%)를 얻어 3선에 성공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종미 후보는 8078표(15.87%)에 그쳐 고배를 마셨다. 개표율이 80%를 넘어선 시점까지도 두 후보는 수십 표 안팎의 격차로 엎치락뒤치락했다. 낙선 측의 요구로 무효표 2472표를 한 장 한 장 다시 확인하는 재검표까지 거쳤지만, 결과는 끝내 뒤집히지 않았다. 그렇게 한 사람의 정치적 운명은 '13'이라는 숫자에 걸렸다.
13표. 한 동네 통장 모임의 인원이거나, 작은 식당의 단골 손님 숫자다. 그 정도 사람들이 "오늘은 좀 귀찮다"며 발길을 돌렸다면, 고양시의회의 의석 주인은 달라졌을 것이다. 누군가의 한 표는 늘 '겨우 한 표'처럼 느껴지지만, 그 한 표들이 모이고 또 모여 결국 당락을 결정한다. 손동숙 당선인의 사례는 추상적인 교과서 문구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벌어진 산 증거다.
손 당선인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나'번을 받아 당선되는 건 상상조차 못 했다"며 "열심히 일하는 일꾼으로 봐주신 주민들 덕분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 낙선한 상대 후보를 향해서는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그분을 지지했던 주민들의 뜻까지 온전히 받들겠다"고 했다. 13표 차로 갈린 승부 앞에서 승자가 가져야 할 무게감을 그는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한 표의 소중함'이라는 감동만이 아니다. 같은 날,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못하거나 기약 없이 줄을 서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주권을 행사하러 나온 시민이 정작 손에 쥘 투표용지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가릴 수 없는 행정의 실패다.
13표가 당락을 가르는 나라에서, 단 한 명이라도 투표용지가 없어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한 사람의 한 표가 의석을 바꿀 수 있음을 우리는 바로 이번 선거에서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렇다면 행사되지 못한 표 하나하나는 곧 훼손된 주권 그 자체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로 지켜지지 않는다. 유권자가 마음먹고 투표소를 찾았을 때, 그 앞에 한 장의 투표용지가 차질 없이 놓여 있는 것 — 그 평범한 신뢰가 민주주의의 토대다. 그 토대가 흔들리는 순간, '한 표의 소중함'을 아무리 외친들 공허할 뿐이다.
국민주권을 헌법의 첫머리에 새겨 둔 자유 대한민국이다. 한 사람의 한 표가 13표의 승부를 만들어 내는 그 무게를 안다면, 그 한 표가 빠짐없이 행사될 수 있도록 제도와 행정을 빈틈없이 정비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시는 투표용지가 모자라 시민이 권리를 빼앗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손동숙 당선인의 13표는 우리에게 두 가지를 동시에 일러 준다. 당신의 한 표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 한 표를 지켜 내는 일은 우리 사회 전체의 책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