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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긴 사람만 돌려받는다"… 르바르 관세가 드러낸 행정의 빈틈

 

같은 나무를, 같은 방식으로 들여왔다. 그런데 누구는 관세를 돌려받고, 누구는 그대로 떠안는다. 차이는 단 하나, 법정에 갔느냐 가지 않았느냐다.

인도네시아산 합판 외피에 쓰인 '메란티 다운 르바르(Meranti Daun Lebar)'를 둘러싼 관세 분쟁이 그런 풍경을 만들어냈다. 법원은 세관의 부과 처분을 위법으로 봤지만, 소송에 나서지 않은 업체들에겐 그 판단이 닿지 않는다. 사법부가 "잘못됐다"고 말한 처분이, 행정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법원이 본 것은 '입증의 공백'

핵심 쟁점은 단순했다. 이 목재가 관세율표상 고세율이 매겨지는 열대산 목재 88종에 들어가느냐는 것. 법원의 답은 "확정할 수 없다"였다. 정작 '메란티 다운 르바르'라는 이름은 관세율표에도, HS 해설서에도 적혀 있지 않았고, 학명조차 'Shorea spp.' 수준에 그쳐 특정 수종을 못 박기 어려웠다.

여기에 조세법률주의의 무게가 더해졌다. 세금을 매기는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비슷하니 끼워 넣는 식의 확장·유추 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인도네시아 정부 회신마저 "88종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는 점에서, 법원은 결국 과세관청이 입증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봤다. 인천지법에 이어 서울고법도 같은 결론을 냈다.(다만 판결 확정 여부 등 진행 단계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관세청의 항변, 그리고 '5년'이라는 벽

관세청은 이렇게 답변했다. 한-아세안 FTA에 따른 원산지조사 과정에서, WCO 제73차 HS위원회를 거쳐 해당 지역 명칭이 열대산 목재 리스트에 추가됐고 이를 「품목분류 적용기준 고시」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 반영 시점이 2024년 말이라는 점은 미묘한 대목이다. 그 전에 통관된 물량과 이후 건의 판단 전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다. 소송에 나서지 않은 업체 중 관세부과 제척기간(5년)이 지난 경우, 경정청구도 직권경정도 모두 막혀 있다는 게 관세청 입장이다. 근거는 관세법 제21조, 그리고 "제척기간이 만료되면 어떤 경정도 불가능하며, 판결의 효력은 그 소송 당사자에게만 미친다"는 대법원 판례(2003두1752)다. 한마디로, 다투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버린 업체에겐 행정이 먼저 손을 내밀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 사이, 한 업체는 올해 1월부터 네 차례 민원을 냈다. 3월엔 '부과처분 취소(또는 재경정) 요청' 서류를 냈지만, 정식 경정청구서 제출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며 결국 국민신문고 민원으로 처리됐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남는 질문

업계의 불만은 명료하다. "법원이 거듭 위법이라고 했으면 행정이 기준을 정비하는 게 상식 아니냐"는 것. 지금 구조에선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하지 않으면 부당한 관세를 고스란히 떠안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사건은 합판 한 종류의 분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사법부의 판단을 행정은 어디까지 받아안을 수 있는가, 그리고 누군가 소송으로 증명해줘야만 비로소 바로잡히는 조세 행정이 과연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것인가. 르바르 관세가 던진 질문은 그쪽을 향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