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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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사 50건에 '네이버 제휴' 조건까지… 강남구의회의 노골적인 '언론 줄 세우기'

 

강남구의회 홍보팀이 8월 12일 각 언론사에 보낸 메일이 언론계 안팎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요약하자면 '오는 8월 말까지 우리 기사를 50건 이상 써주지 않으면, 광고 집행과 신문 구독을 끊겠다"는 노골적인 통보였기 때문이다.

 

도 넘은 '기사 할당제'

기사 50건이라는 구체적인 커트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예산 지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을 무기로 한 언론 길들이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언론의 본질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다. 구의회가 예산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구민을 위한 조례를 제대로 만들고 있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할 언론에게 '광고비'라는 목줄을 쥐고 찬양 기사와 보도자료 베껴 쓰기를 강요하는 셈이다.

 

"네이버 아니면 기사도 아니다?"… 포털 지상주의에 빠진 의회

게다가 본지 기사가 강남구의회 팀장을 봄에 미팅 했을 때는 포털에 제휴되지 않는 언론사의 기사는 실적으로 보지도 않았다. 

 

이 기준대로라면, 지역 사회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지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대변해 온 풀뿌리 지역 언론이나 소규모 전문 매체들은 단지 '포털 제휴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철저히 배제당하게 된다. 의회의 관심은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나 언론의 다양성이 아니라, 오직 '대형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의회 기사가 얼마나 많이 걸리느냐' 하는 '보여주기식 실적'에만 쏠려 있는 것이다.

 

비판은 입막음, 기사 도배 우려

이러한 '네이버 맞춤형 기사 할당제'가 불러올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광고비와 구독료가 끊길 것을 우려한 매체들은 50건이라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구의회가 던져주는 보도자료를 무비판적으로 기사를 송고할 공산이 크다.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억압적인 구조 속에서 건전한 비판 기사나 심층 취재가 설 자리는 단연코 사라진다. 결국 구민들이 포털에서 보게 될 것은 강남구의회의 치적을 칭송하는 영혼 없는 기사들의 홍수일 뿐이다.

 

구민의 혈세는 구의회의 '홍보 쌈짓돈'이 아니다

언론사에 집행되는 광고비와 신문 구독료는 구의원들의 쌈짓돈이 아니라, 강남구민이 낸 피 같은 세금이다. 이 혈세를 구의회 입맛에 맞는 기사를 대형 포털에 도배하기 위한 '거래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와 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예산으로 언론을 줄 세우고 포털 실적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구민의 삶을 나아지게 할 내실 있는 의정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강남구의회는 시대착오적인 '언론 통제'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쓴소리하는 지역 언론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