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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행사

연극 《사다리》를 공연을 보고

오지영 배우가 보여준 ‘사람의 얼굴’ 뒤에 숨은 것들

연극 《사다리》를 공연을 보고

 

 

창작집단 한배

크리에이터 [한배]는 한국에술종합학교 MFA 배우들로 구성된 창작집단으로

'예술로 철학, 예술로 행동, 예술로 자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무대 예술을 적극적으로 실험하는 청년 예술 공동체이다.

 

2026년 8월 13일(목) 19:30

2026년 8월 14일(금) 19:30

2026년 8월 15일(토) 14:00

2026년 8월 15일(토) 17:00

 

꿈빛극장

 

 

오지영 배우가 보여준 ‘사람의 얼굴’ 뒤에 숨은 것들
연극 《사다리》를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무대 위의 사건보다

사람의 얼굴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내면이었다.

처음에는 ‘사다리’라는 제목처럼 무엇인가에 오르고, 내려가고, 끝내 손에 닿지 않는 것을

향해 애쓰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연을 보고 나니 그 사다리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사회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욕망과 체면, 관계와 위선의 구조물처럼 느껴졌다.

 

 

특히 오지영 배우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바바리라는 인물을 단순히 한 가지 성격으로 규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표정과 말투,

몸짓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인물로 만들어냈다.

웃고 있는 순간에도 그 웃음 뒤에 무엇인가 감춰져 있는 듯했고, 아무렇지 않은 듯 내뱉는

말에서도 인물이 가진 불안과 욕망이 느껴졌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저 인물이 왜 저렇게 행동하지?’라는 생각보다

'나 역시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

 

 

이 작품에서 ‘페르소나’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더욱 흥미롭다.

우리는 사회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상황에 맞는 얼굴을 선택한다.

직장에서는 직장인의 얼굴을, 가족 앞에서는 가족의 얼굴을,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을 때는

또 다른 얼굴을 쓴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가면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가면과 본래의

나를 구분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사다리》의 인물들도 어쩌면 자신이 만든 페르소나에 갇힌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 작품의 웃음은 마냥 유쾌하지 않았다. 관객이 웃는 순간에도 그 웃음의 대상이

결국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정작 무엇을 위해 올라가는지는 잊어버린 사람들.

‘사다리’는 그런 현대인의 욕망을 꽤 날카롭게 비추는 장치처럼 다가왔다.

 

 

특히 오지영 배우는 인물을 희화화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한 인간이 사회적 역할과

자신의 본모습 사이에서 흔들리는 순간을 섬세하게 보여주었다.

그래서 바바리라는 인물을 바라보면서 연민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꼈다.

어쩌면 그 불편함이야말로 좋은 연극이 관객에게 남겨야 할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공연장을 나오면서 ‘누가 옳고 누가 잘못했는가’를 생각하기보다

'나는 어떤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내가 올라가고 있다고 믿었던 사다리가 사실은 나를 더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에 나를 맞추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도 돌아보게 됐다.

 

《사다리》는 인간의 욕망과 위선을 풍자하면서도

결국 그 안에 있는 외로운 인간을 바라보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오지영 배우가 섬세하게 끌어내면서,

무대 위의 인물이 어느 순간 낯선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내 모습처럼 느껴졌다.


연극이 끝난 뒤에도 마음속에서 사다리를 계속 바라보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그 사다리의 끝에 올라가 있는 사람이 결국 나 자신일지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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