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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진숙의 ‘역사 퇴행’과 민주당의 ‘보여주기식 단죄’… 길 잃은 민생



 

 

26일 국회 본회의장은 여야의 씁쓸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무대였다.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해 논란을 빚은 이진숙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일방적 상정에 반발하며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날의 풍경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 두 가지를 동시에 드러냈다.

 

1. 책임감 없는 여당과 도를 넘은 역사 퇴행 먼저 이진숙 의원과 국민의힘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5·18 민주화운동은 이미 역사적, 법적 평가가 끝난 우리 현대사의 뼈아픈 상처이자 민주주의의 이정표다.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이 이를 폄훼하는 것은 심각한 역사 퇴행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힘의 대응이다. 당내 인사의 부적절한 망언에 대해 뼈저린 반성과 사과를 내놓기는커녕, '일방 상정'을 핑계로 집단 퇴장하며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한지아 의원 등 극소수만이 자리를 지켰을 뿐, 집권 여당으로서의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2. 실효성 없는 민주당의 ‘정치적 계산’ 그렇다고 칼자루를 쥔 민주당의 모습이 정당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 통과된 것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촉구 결의안'이다. 진정으로 이 의원에게 책임을 묻고자 했다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통한 실질적인 징계 절차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굳이 본회의에서 일방 처리를 강행하며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지지층을 결집하고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정치 쇼’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역사의 아픔마저 정쟁의 도구로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작 조명받지 못한 36건의 민생법안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여야는 결의안 표결에 앞서 국회법 개정안, 공공기관운영법 등 무려 36건의 민생·법안을 합의 처리했다. '알박기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운영법을 두고 반대 토론이 오가긴 했으나, 모처럼 여야가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언론과 국민의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이진숙 의원 결의안을 둘러싼 '정쟁'에만 쏠렸다. 한쪽은 막말로 역사를 뒤로 돌리고, 다른 한쪽은 실효성 없는 결의안으로 정치적 득실을 챙기는 사이, 진짜 정치가 다뤄야 할 민생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국회는 혐오를 배설하고 윽박지르는 투기장이 아니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