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은 의식과 무의식적인 합의하에 선을 넘는 순간 사랑으로 진전될 수 있다." [마음스토리텔러 이은정]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 속 클로즈업 쇼트는 단순한 영상미학을 넘어, 인간관계의 심오한 본질을 담아낼 때가 있습니다. 화면 가득 채워지는 남녀 주인공의 얼굴, 숨 막힐 듯한 정적 속에서 손끝이 스치는 찰나. 그 짧은 순간은 수많은 서사를 함축하며,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교차하는 경계, 바로 ‘썸’의 미묘함을 드러냅니다.
“썸과 선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 경계를 넘나들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연애 감정을 넘어, 인간관계의 본질을 꿰뚫는 핵심적인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본 칼럼에서는 ‘스토리심리인문학’적 관점에서 ‘썸’이라는 현상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그 안에 내재된 인간 심리와 관계의 역동성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1. 썸: 애매모호함의 미학
‘썸’은 호감 이상의 감정이지만, 연애라는 명확한 정의로 규정되지 않는 관계의 과도기적 상태를 지칭하는 신조어입니다. 이는 마치 초점을 맞추기 직전의 흐릿한 이미지처럼, 불확실성과 기대감이 공존하는 감정의 스펙트럼 위에 존재합니다. 이러한 애매모호함은 썸의 본질적인 특징이자 역설적인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 닿을 듯 말 듯한 클로즈업 장면처럼, 썸은 관계 진전의 가능성을 예고하면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2.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의 교차
영상의 클로즈업 쇼트는 시각적 효과를 넘어, 인물 간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의 긴장 관계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합니다.
2.1. 물리적 거리: 닿을 수 없는 간극
물리적 거리는 실제 공간에서의 간격을 의미하며, 썸 관계에서는 중요한 함의를 지닙니다. 가까이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손끝 하나 닿지 않는 미세한 틈은 아직 완전히 개방되지 않은 관계, 조심스럽고 주저하는 마음을 반영합니다. 만남의 빈도, 신체적 접촉의 소극성과 같은 물리적 거리는 관계 발전의 속도를 조절하는 변수로 작용하며, 썸 특유의 애틋함과 긴장감을 증폭시킵니다.
2.2. 심리적 거리: 마음의 렌즈 초점 맞추기
심리적 거리는 감정적, 정서적 간격을 의미합니다. 썸 단계는 서로의 내면을 탐색하고,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어가는 과정입니다. 클로즈업 화면 속 찰나의 정적은 바로 이러한 심리적 거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상호 간의 불확실한 감정, 관계의 향방에 대한 불안감은 심리적 거리를 발생시키지만,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기대와 설렘 또한 공존하며 복잡 미묘한 감정의 파노라마를 형성합니다.
3. 스토리심리인문학적 고찰: 썸, 인간관계의 축소판
스토리심리인문학은 인간의 내면과 관계를 서사, 심리, 인문학 융합적 시각으로 탐구하는 학문적 접근입니다. 로맨스 드라마 속 ‘썸’은 단순한 사랑의 시작을 넘어, 인간 본연의 소통 욕구와 관계 맺음의 복잡성을 투영하는 심오한 주제입니다.
3.1. 서사(敍事): 썸, 관계 발전의 서막
썸은 그 자체로 완결되지 않은 하나의 서사를 구성합니다. 첫 만남의 설렘, 미묘한 시선 교환, 닿을 듯 말 듯한 손길의 클로즈업은 앞으로 전개될 관계 드라마의 서막을 알리는 복선입니다. 이 순간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깊은 관계로 발전하거나, 일시적인 감정의 유희로 종결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 갈래를 내포합니다. 썸이라는 서사는 결말이 미정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고 예측 불가능하며, 인간관계의 축소판과 같은 양상을 띕니다.
3.2. 심리(心理): 접근과 회피의 변주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서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근원적인 욕구를 지닙니다. 그러나 동시에 상처받을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관계 맺기를 주저하는 양가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썸 상태는 이러한 인간 심리의 이중성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상대에게 끌리지만, 감정적 확신 부재와 관계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조심스럽게 거리를 유지하려는 심리가 썸의 미묘한 긴장감을 생성합니다. 클로즈업 화면 속 찰나의 순간은 이러한 심리적 갈등과 욕망의 충돌을 함축적으로 시각화합니다.
3.3. 인문(人文): 불확실성 속 인간관계의 성찰
인문학은 인간 존재와 관계에 대한 심층적인 성찰을 지향합니다. 썸의 모호한 경계는 인간관계의 본질적인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반영합니다. 서로 다른 배경, 가치관, 경험을 지닌 두 개인이 만나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은 예측 불허이며, 때로는 혼란스럽습니다.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는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인간 내면의 자유의지와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로맨스 드라마의 썸 장면은 이러한 인간관계의 다층적인 측면을 응축하여, 관객에게 ‘만약 나라면?’ 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기 성찰의 계기를 제공합니다.
4. 썸과 선(線): 경계 넘나들기의 심리 게임
썸 관계는 ‘선’을 넘나드는 미묘한 심리적 줄다리기와 같습니다. 여기서 ‘선’은 명확히 규정된 물리적 경계가 아닌, 관계 당사자들의 암묵적 동의와 감정의 흐름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심리적 경계선을 의미합니다. “썸과 선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 경계를 넘나들까요?” 이 질문은 썸 관계의 핵심을 관통하는 질문이며, 관계 진전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내포합니다.
결론: 썸, 인간관계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
드라마 속 남녀의 닿을 듯 말 듯한 찰나, 클로즈업 렌즈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관계의 미묘한 긴장, 기대, 불안, 불완전한 소통 등 복합적인 감정의 층위를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썸은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상호작용하며 빚어내는 감정의 섬세한 춤과 같습니다. 스토리심리인문학적 분석은 썸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하며,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의 여정을 안내합니다. 닿을 듯 말 듯한 그 순간 속에 인간관계의 아름다움과 복잡성이 공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