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땅꺼짐 사고가 급증한 강남·송파구가 노후 하수관로에서도 1, 2위를 기록하며 '이중 오명'을 쓰게 됐다.
땅꺼짐 주요 원인인 하수도 손상을 방치한 채,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시성 예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복기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하수관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년 이상 노후 하수관로가 강남구 732km, 송파구 707km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 2위를 차지했다.
서울시 전체로는 하수관로 10,866km 중 20년 이상 노후관로가 7,182km로 전체의 66.1%에 달했다. 특히 강남·송파·서초·강동 등 江南4區의 노후관로는 총 2,516km로 전체의 35%가 집중됐다.
문제는 심각성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2024년 실시한 정밀조사에서 21만5,375건의 결함이 발견됐다. 이 중 균열·표면손상·변형 등 구조적 결함이 19만3,721건(90%)에 달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지난 5년간(2021~2025년) 하수관로 정비에 1조6,400억원을 투입해 1,082km를 정비했다. 연평균 200km 정도다. 20년 이상 노후관로 7,182km를 현재 속도로 정비하면 36년이 걸린다.
서울시도 이를 인식하고 "기존 연평균 2,000억원 규모를 4,000억원으로 2배 확대해야 한다"며 추가 예산 2,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자인했다.
복기왕 의원은 "지난 9일 공개한 자료에서 송파구 땅꺼짐 사고의 절반 이상(56.3%)이 원인불명으로 나타났는데, 이번 하수관로 자료를 보니 노후 인프라 방치가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됐다"며, "오세훈 시장은 한강버스, 한강 르네상스 등 전시성 사업에는 수천억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시민 안전과 직결된 하수관로 정비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강남권 주민들은 높은 세금을 내면서도 발 밑 땅이 언제 꺼질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복 의원은 "땅이 꺼지고 나서 원인불명으로 덮어버릴 게 아니라, 노후 하수관로부터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며 "보여주기식 토목사업 대신 하수관로 정비 등 기반시설 안전에 예산을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복 의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서울시 땅꺼짐 현황에서도 강남·송파·성북구가 최다 발생 지역으로 나타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