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가 환경 개선을 내세워 추진한 소형 전기노면 청소차량 사업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14억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했지만, 정작 청소차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창고에서 녹슬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담배꽁초 하나 겨우 빨아들이는 수준"
10월 17일 화성특례시의회 제245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송선영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이 사업의 실패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송 의원은 "미세먼지 저감 명목으로 도입된 소형 전기노면청소차량 보급사업에 약 1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실제로는 담배꽁초만 청소할 수 있을 정도의 흡입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청소차량들은 원래 미세먼지를 줄이고 깨끗한 도시 환경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목표로 도입됐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제대로 된 청소 하나 못하는 '고철덩어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미 알고도 또 샀다? 어이없는 행정 실패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다. 2020년 10월 시 자체 점검에서 이미 흡입력 부족, 배터리 성능 저하, 잦은 고장, 조향장치 안전 문제 등 심각한 결함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화성시는 2021년 3월 동일한 모델을 10대 추가 구매했고, 2022년에도 또다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를 뻔히 알면서도 계속 같은 제품을 구매한 것이다. 이게 과연 실수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시민들의 의구심은 커져만 간다.
동네마다 방치된 청소차... "가동률 0%"
현재 기배동, 병점2동, 화산동 등 다수 읍·동에서 장비 운행이 중단되거나 아예 운영조차 되지 않는 상태다. 송 의원은 "이 장비들은 사실상 창고에 방치돼 녹슬고 있다"고 폭로했다.
14억이면 얼마나 큰 돈인가.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그 돈으로 산 장비들이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니, 화성시민들의 분노가 치솟는 건 당연한 일이다.
송선영 의원이 요구한 3가지
송선영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전면 감사를 요청하며 세 가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첫째, 문제점을 인식한 후에도 10억 원을 들여 제품을 재구매한 사유. 둘째, 총 투입된 14억 원의 재정 타당성 검증. 셋째, 현재 운영 현황 및 미사용 근거 제출 등이다.
송 의원은 "예산 낭비와 직무 유기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사업이 시작된 배경을 보면 더욱 아이러니하다. 화성시는 수도권에서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화성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주변 도시들보다 10~30% 낮은 수준이다.
이미 공기질이 좋은 화성시가 굳이 효과도 없는 전기청소차를 대량 구매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환경 도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전시행정이었던 건 아닐까?
앞으로 어떻게?
이번 임시회는 10월 24일 제2차 본회의를 끝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과연 화성시는 이 사태에 대해 어떤 답변을 내놓을까?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과 대책이 나올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화성시의 정책 결정 과정이 더욱 투명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화성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14억 원의 혈세가 왜 이렇게 낭비됐는지, 그리고 책임자는 누구인지 명확한 답을 원한다. 이제 화성시가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