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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부실 시공이 부른 비극"…오산시, 서부로 붕괴 사고 조사 결과 공식 발표

오산시 서부로 붕괴 사고 기자회견 종합 기사

 

오산시가 지난해 7월 발생한 서부로 보강토 옹벽 붕괴 사고의 원인을 공식 발표하며, 시공 단계에서의 총체적 부실이 사고의 근본 원인이었음을 밝혔다. 이권재 오산시장은 시민 앞에 고개를 숙이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오산시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5년 7월 16일 가장동 일원에서 발생한 서부로 보강토 옹벽 붕괴 사고에 대한 한국지반공학회 및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권재 오산시장은 모두 발언에서 "이번 사고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다"며 "깊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복구의 시간"을 선언하며 오는 5월 임시 우회도로 개통과 서부로 전 구간 완전 개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초 채움재부터 보강재까지… 전방위 부실 시공 확인

임두빈 시민안전국장이 발표한 한국지반공학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번 붕괴는 시공 단계 전반에 걸친 중대한 결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강토 옹벽의 핵심 구성 요소인 기초 채움재였다. 세립분 함량이 설계 기준(15%) 이하를 초과하는 최대 47.4%에 달했고, 소성지수 역시 기준치(6%)의 세 배에 가까운 17.2%까지 측정돼 채움재로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다짐도도 기준(95%)을 크게 밑도는 평균 85% 이하에 그쳤다.

현장에서는 기준 최대 입경(100mm)을 훨씬 초과하는 300~550mm 크기의 암석 덩어리가 다수 발견됐으며, 각목과 폐기물 등 각종 이물질도 혼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 국장은 "단순 시공 오차를 넘어 구조물 안전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라고 규정했다.

보강재와 전면 블록도 설계와 다르게 임의 변경됐다. 성능이 검증된 TT그리드 보강재는 검증 자료가 확인되지 않은 URF 자재로 교체됐고, 실제 인장강도 시험에서도 설계 기준에 미달했다. 전면 블록 또한 설계(470mm)보다 70mm 축소된 400mm 제품이 설치됐으며, 블록 연결 방식도 구조적으로 불리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임 국장은 "이 모든 변경사항에 대해 시험성적서, 구조계산서, 안전성 검토 등 관련 근거 자료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감리 없는 공사가 부른 품질 공백"

오산시는 이번 사고의 제도적 원인으로 감리 부재를 강하게 지목했다. 건설기술진흥법상 200억 원 이상 공사에는 감리가 필요하지만, 발주처인 LH공사가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외 규정을 적용해 별도 감리 없이 자체 감독으로 공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임 국장은 "보강토 옹벽은 블록, 그리드, 기초채움재 3가지를 단계적으로 쌓아 올리기 때문에 시공 과정의 품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주요 자재 변경 과정에 대한 투명한 서류가 확인되지 않는 것은 자체 감독 체계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같은 LH공사 발주지만 감리가 있었던 2공구(가장~두곡동, 대우해양조선 시공) 구간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반면, 감리 없이 시공된 1공구(현대건설 시공) 구간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오산시의 관리 과정과 한계

해당 시설물은 2011년 준공 이후 2017년에야 오산시로 관리 주체가 이전됐다. 그 과정에서도 시설물 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 등록이 누락된 채 인계됐고, 실제 준공도면 역시 자재 변경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최초 설계도면 그대로 제출됐다.

오산시는 2023년 도로 부분 개통 전 FMS에 최초 등록하고, 이후 총 5차례 정밀·정기 안전점검을 실시했으나 모두 B등급 이상 판정을 받았다. 사고 직전인 7월 15일 포트홀 민원이 접수됐고, 7월 16일 부시장 주재로 현장 점검 및 복구 작업에 착수하던 중 붕괴가 발생했다.

임 국장은 "2023년 점검에서 옹벽 배부름이 지적됐으나 당시 보고서에는 '초기 안정화 단계의 비진행성 경미한 현상'으로 명시돼 있었다"며 "보강토 옹벽은 내부 확인이 불가능한 구조상, 외관 점검만으로는 구조적 결함을 사전에 발견하는 데 제도적·관리적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후속 대책과 책임 규명

오산시는 사고 이후 현대건설이 시공한 양산~가장동 구간(4.9km) 정밀 안전진단을 추진 중이며, 관내 보강토 옹벽 47개소에 대한 전수 긴급 안전점검을 3월 중 완료할 예정이다.

사고 책임 관계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 및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해당 절차에 성실히 협조하며 객관적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혀, 최초 발주·시공 단계의 LH공사와 현대건설 등에 대한 법적 책임 소재 규명이 핵심 과제로 남겨졌다.

이 시장은 "반면교사로 삼아 시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는 공기업 발주 공사의 감리 예외 규정, 시설물 인수인계 과정의 정보 불투명성, 보강토 옹벽 점검 체계의 구조적 한계 등 복합적인 제도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단순한 지역 사고를 넘어 전국적인 시설물 안전 관리 체계 개편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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