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의 도시 당진, 지금은 ‘구조’가 먼저다>
철강산업은 당진 경제의 뿌리이자 심장이다.
당진시 제조업의 60%를 차지하고,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만 1만4천5백여 명에 달한다.
철강이 흔들리면 지역의 고용과 소비, 세수까지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 당진의 철강산업은 심각한 위기 앞에 서 있다.
2022년 이후 중국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수요 감소, 공급 과잉, 에너지 비용 상승, 탄소 규제 강화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올해 들어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50%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유럽연합마저 추가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수출 중심의 우리 철강업체들이 받을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현장의 상황은 이미 절박하다.
공장 가동률이 50%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고, 조업을 2개월 가까이 멈춘 업체도 있다.
지난해까지 흑자를 냈던 주요 철강사들도 올해 상반기에만 66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역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이유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진을 찾아 철강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업계 대표들은 “지금은 재난 수준의 상황”이라며 원가 부담 완화, 여신 연장 등 직접적이고 신속한 지원을 호소했다.
이에 장 대표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당진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국회 차원에서 K스틸법도 조속히 통과시키도록 하겠다. 금융과 세제 지원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이날 간담회에서 10.4.발표한 정부의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범용재 설비를 줄이고 특수탄소강·수소환원 제철 등 고부가 분야로 전환’한다는 방향은 중장기적으로는 타당하다.
그러나 지금 불이 붙은 현장의 위기를 끄는 데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지만, 혁신 이전에 생존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은 이런 맥락에서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여기에 고용안정, 에너지 비용 완화, 연구개발 등 실질적인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정부도 내년 예산안에 철강산업의 생태계를 지탱할 지원 항목을 신속히 편성해야 한다. 위기가 장기화되면, 당진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제조업 전체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철강은 단순한 금속이 아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근로자의 삶과 지역의 생존이 녹아 있다.
지금은 ‘산업의 재편’을 논하기보다, 위기의 현장을 살려내는 구조의 시간이 먼저다.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철강의 도시 당진이 다시 뜨겁게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