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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논평] 학폭가해자 22명 불합격 처리한 경북대학교를 통해 던진 질문

학교폭력, ‘청소년의 일탈’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경북대학교가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난 지원자를 불합격 처리한 사실이 알려지며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대학 입시 과정에서 ‘학폭 이력’이 실제로 불이익으로 이어진 첫 사례이다.

경북대학교는 모든 입시 전형에 학폭 처벌 관련사항을 반영하며 처분단계에 따라

1~3호 조치자 10점. 4~7호 조치자 50점. 8~9호 조치자 150점 감점제를 도입하였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라는 평가와 함께 “학교폭력의 실상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학교폭력은 더 이상 교실 안의 문제로만 머물지 않는다. 

학폭은 물리적 폭행에서 언어·사이버 폭력, 따돌림, 성적 괴롭힘 등으로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SNS를 통한 집단 괴롭힘은 피해의 흔적을 지우기 어렵고,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피해학생의 고통은 장기화되고 있다.

 

경북대의 불합격 처리는 교육기관이 윤리적 책임과 공공성을 명확히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단순한 ‘징계 이력’이 아니라, 타인의 인권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려면, 대학 입시 단계의 심사 강화에 그치지 않고 중·고교 단계에서의 예방과 관계 회복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많은 학교에서는 여전히 “사건이 터져야 움직이는” 사후대응 중심의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피해학생 보호보다 가해학생의 처벌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작 피해자는 학교를 떠나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단순한 교육의 실패가 아니라 공동체가 아이 한 명을 지켜내지 못한 사회적 실패다.

 

전문가들은 “학폭의 근본 원인은 경쟁 중심의 교육문화와 무너진 공동체 관계 속에 있다”고 지적한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 한, 제도적 처벌만으로는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어렵다.

 

경북대의 결정은 분명 의미 있는 전환점이다. 그러나 불합격이라는 결과만으로 정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의 실상을 직시하고, 가해자 재교육·피해자 회복·학교문화 개선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정의로운 교육’이 실현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징벌적 정의’보다 '회복적 정의’와 ‘예방 중심의 교육 ’ 이다. 경북대의 이번 결정이 한국 사회 전체의 학교폭력 인식 전환을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안성시의 학교폭력대응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안성시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대응체계 강화를 예고했다. 시는 교육청·경찰과 협력해 예방교육 확대, 피해학생 보호 강화, 가해학생 선도 프로그램 운영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교육현장에서는 “보여주기식 대책에 그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선 학교 관계자들은 “예방교육이 일회성 행사에 머물고, 상담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전담교사가 겸직 형태로 운영되어 실질적 상담 지원이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중학교 교사는 “폭력 사안이 발생해도 즉각적 대응보다 사후 행정처리에 시간이 걸려 피해학생이 오히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학생에 대한 사후관리 체계 역시 미비하다는 평가다. 피해학생이 다시 교실로 복귀한 뒤에도 2차 피해나 고립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한 교육전문가는 “심리적 회복과 학습 복귀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 시스템이 절실하다”며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학교 밖 지원체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와의 연계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안성시의 대응체계는 학교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청소년시설·복지센터·지역 단체와의 협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은 가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공동의 과제”라며, “지속가능한 지역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안성시의 의지는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행정 중심의 형식적 대책을 넘어, 학생과 교사가 체감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변화가 필요하다. 보여주기식 캠페인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일상을 지켜주는 세심한 지원이다.

 

안성시가 이번 대책을 계기로 실질적 변화와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진정한 학교폭력 근절은 문서 속 계획이 아니라, 학교와 지역이 함께 만들어가는 따뜻한 교육문화 속에서 완성될 것이다.

국민소통시민연대 경기지역본부장 김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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