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설공단이 관리하는 주요 터널 제연설비가 성능 미달 판정을 받고도 장기간 방치된 사실이 드러나 시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광역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 박종철 의원(기장군1, 국민의힘)은 14일 열린 부산시설공단 행정사무감사에서 “하루 34만 대가 지나가는 터널을 최소 7개월 동안 위험에 노출시킨 행정 실패”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현재 시설공단이 관리하는 21개 터널 중 14개가 국토교통부 행정규칙에 따른 제연설비 성능검증 대상이며, 이 가운데 구덕터널·제2만덕터널·황령터널·백양터널 등 4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개좌터널 역시 ‘부분 미흡’으로 확인됐다.
제연설비는 터널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를 신속히 배출해 시야 확보와 대피 시간을 확보하는 핵심 안전시설로, 성능이 떨어지면 질식·추돌 등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공단이 이러한 성능 미달 사실을 알고도 최대 2년동안 시(市) 공식 통보를 지연했다는 점이다.
박 의원은 “황령터널은 2023년 7월, 제2만덕터널은 2024년 12월에 이미 성능 미달이 확인됐음에도 공문 통보는 뒤늦게 이뤄졌다”며 “그 사이 두 차례 화재가 발생한 것은 심각한 행정 공백”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6월 황령터널, 8월 제2만덕터널에서 연속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제2만덕터널은 화재로 인한 검은 연기가 외부로 배출되지 못해 장시간 교통이 마비되는 등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박 의원은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그 기간 동안 시민들은 사고가 나면 빠져나갈 수 없는 터널을 아무 대비 없이 통과해야 했다”며 시(市)에 지연 통보하게 된 이유를 추궁했다.
향후 개선 기간도 문제로 지적됐다.
장산제1·2터널 제연설비는 1997년 설치된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 데만 2020년 기본설계 착수 후 2025년 준공까지 5년이 걸렸다.
박 의원은 “당시보다 더 노후되고, 길이도 3~4배 긴 터널들이 이번에 미달 판정을 받았는데, 이런 상황이면 언제 교체가 완료될지 알 수 없다”며, “수년간 시민 안전이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제연설비가 미달된 4개 터널을 지나는 차량은 하루 평균 28만 대에 달하며, 개좌터널을 포함하면 34만 대에 이른다.
화재 당시 제2만덕터널을 지나던 한 시민은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가 가득해 불빛만 보고 움직였다”고 증언했으며, 실제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시야가 거의 확보되지 않는 장면이 확인됐다.
박 의원은 “내년 재난안전기금에 기본설계비만 편성해두고 실시설계·시공까지 수년을 기다리라는 것은 시민 안전을 뒤로 미루겠다는 것”이라며 “제연설비와 같은 안전 관련 문제는 본예산 편성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예비비나 추경을 활용해 즉시 개선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상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시와 시설공단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제연설비 부적합 판정 시 즉시 통보·즉시 조치를 원칙으로 하는 보고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