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가 AI와 첨단모빌리티를 앞세운 미래산업 정책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이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핵심 기술인력인 공업직을 조직 내에서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2일 경기도가 사전 예고한 4급·5급 승진 인사안과 직렬별 인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업직은 인원·간부비율·보직 구조 전반에서 일관된 감소세를 보이며 조직 내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년새 인원 10% 감소..."기술직 중 유일한 축소"
경기도 공업직 인원은 2024년 기준 167명으로, 2021년 대비 18명(약 10%)이 줄었다. 같은 기간 행정직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술직군 내에서도 공업직만 유독 감소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구조적 홀대가 의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더 심각한 것은 간부급 비율이다. 이번 인사예고를 반영하면 공업직 4급 비율은 1.8%까지 떨어진다. 이는 농업직 9.7%, 환경직 6.7%, 시설직 6.2%, 수의직 4.1%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치다. 기술직군 중 유일하게 1%대에 머무는 기형적 구조가 이번 인사로 더욱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민선8기 들어 단계적 축소...보직마저 줄어
김동연 지사 취임 초기만 해도 공업직 4급은 5명(약 3%)이었다. 그러나 이후 인사 과정에서 보직이 하나둘 사라지며 현재 3명으로 축소됐다. 이번 인사예고까지 반영하면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민선8기 들어 공업직 간부 구조가 단계적으로 해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장기교육 파견 이후 해당 보직이 다른 직렬로 전환되면서 공업직 과장급 보직은 4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이번 4급 승진 인사예고에서도 공업직 몫은 단 1명에 그쳤다. '과학기술 4급'이라는 포괄적 명칭으로 포장됐지만, 실상은 공업직 간부 구조를 정상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AI 시대 역행"...정책 방향과 인사 운영 따로 논다
경기도는 자율주행·로봇·친환경자동차 등 첨단모빌리티를 도정 핵심 전략으로 천명해왔다. 그러나 자율주행 도로 인프라, 스마트 교통체계, AI 자동화 설비, 친환경차 산업 기반 등 이 모든 것을 현장에서 설계하고 구축하는 주체는 바로 공업직이다.
정책 기획은 행정직이 할 수 있어도, 실제 구현과 기술적 문제 해결은 공업직의 몫이다. 그럼에도 인사 구조에서는 인원이 줄고, 간부 비율은 1%대로 추락하며, 보직까지 축소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 공업직 관계자는 "AI와 미래차 산업은 구호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시스템을 만들고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인력이 있어야 작동한다"며 "첨단산업을 외치면서 그 핵심 인력을 도태시키는 인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기 저하·인력 이탈 우려..."정책 실행력 자체 흔들린다"
공업직은 현장 설비와 교통·산업 인프라를 책임지는 직렬로, 근무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여기에 인사 구조마저 불리하게 작용하면 우수 인력 이탈과 조직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기적 인사 불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 행정의 근간이 약화되면 경기도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미래산업 정책의 실행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인사는 정책 의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사예고는 경기도가 첨단산업을 진정으로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만든다.
도의회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과 AI를 도정 핵심으로 내세우면서 정작 그걸 현장에서 만드는 사람들은 조직에서 밀어내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건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도정 방향 자체에 대한 신뢰 문제"라고 꼬집었다.
본지는 이번 사안이 구조적 인사정책 문제라는 점에 주목해, 도의회 상임위원회와 집행부를 대상으로 추가 취재를 이어갈 예정이다.







